


어린 시절부터 평양에서 부족함 없이 살던 저는 어느 날, 형이 탈북한 사실이 알려져 아오지 탄광이 있는 함경북도로 추방 명령을 받았습니다. 지방에 추방되면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원하는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을 것이라는 한계를 깨달은 저는 탈북을 결심하게 되었죠.
1997년 한국으로 온 후, 저는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와 직장생활을 병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 때 마침 어머니께서 투자 사기를 당하시고, 그동안 가족을 위해 열심히 모아오신 돈을 한 순간에 잃게 되었습니다. 저희 어머니 외에도 1000명의 사기 피해자들이 있었고, 총 170억의 피해액이 발생했죠. 피해자의 대부분은 탈북민들로 한부모 가정, 독거노인, 장애인 등과 같이 몸이 아프고 힘들지만 가족을 위해 돈을 보내야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잃어버린 돈을 찾을 수는 없지만 탈북민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글로브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에게 같은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시장 경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제고하고,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탈북민들과 함께 시작한 사업은 초기 아이템 선정과 거래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우크라이나에서 사업을 하는 형의 도움으로 해바라기유를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글로브는 세계 3대 해바라기씨 재배 국가인 우크라이나에서 원유를 직접 수입하여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해바라기유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현재는 7명의 탈북민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데요, 특히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편견으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재능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글로브에서 일하며 성장한 직원들은 글로브에 계속 남기도 하고 스스로 자신만의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기도 합니다.

작년,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이 등교를 하지 않자 학교 급식용 해바라기유 수요가 줄어들어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러나 위기가 곧 기회로 다가왔습니다.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글로브의 비즈니스 모델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죠. 소비자용과 프랜차이즈용 식용유로 판매 시장을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며 좋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제품 주문량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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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브는 앞으로 빠른 시일 내에 위생적으로 인증된 시설을 갖춘 새로운 자가 공장으로 이전해 더 많은 탈북민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또한, 글로브를 더 알림으로써 탈북민들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탈북민들이 글로브에서 성장해서 당당히 한국 사회에서 자립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해요. 앞으로도 글로브는 탈북민들의 창업 인큐베이터이자 마음의 안식처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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