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에스터 씨는 고향 함흥을 떠나 서울에 정착했습니다. 한 차례 북송의 고통을 견디고 도착한 서울은 낯설고 차가웠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지만,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여전히 외부인이라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정체성의 혼란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온 듯한 서울살이는 녹록지 않았어요. 분명히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늘 외부인으로 느껴졌죠.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나는 왜 이 땅에서 북향민으로 살아가야 할까?’ 그리고 답을 찾았어요. ‘하나 될 한반도를 준비하는 사람으로 살자.’ 그 첫걸음은 봉사였어요.”


© 인천일보
서울역 쪽방촌에서 봉사활동으로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을 만나며 에스터 씨는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겪은 외로움이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말입니다. 북향민이 남한 사회에서 스스로를 ‘낯선 존재’처럼 느끼듯, 어르신들도 사회로부터 잊힌 채 비슷한 고립 속에 살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북향민은 고독사와 심리적 불안정, 높은 자살률 등 심각한 사회적 고립에 시달려요. 쪽방촌 어르신들 상황도 마찬가지예요. 정서적으로는 단절돼 있고, 경제적으로는 과일 같은 기본 영양 섭취도 어려운 분들이 많아요. 기존 복지서비스만으로는 마음과 몸을 동시에 돌보기 어렵다는 걸 느꼈어요. 북향민도, 어르신들도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정서적-영양적 돌봄이 절실해요.”


2014년, 에스터 씨는 북향민 친구 세 명과 함께 서울역 인근 노숙인에게 직접 만든 이북 분식 도시락 나눔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작은 나눔이 지금은 남북한 출신 주민들이 함께 쪽방촌 어르신들에게 과일 도시락을 나눠드리는 정기 봉사활동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공공의 선(善)을 위해 남북한 출신 사람들이 협력하는 경험과 서로의 삶을 나누는 대화 가운데 ‘같음과 다름’을 알아가는 것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서로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없앨 수 있는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해 유니시드를 만들었어요.”


유니시드 활동의 핵심은 바로 ‘나눔과 대화’입니다. 이 두 가지는 통일로 가는 가장 평화로운 길이자, 통일 이후 ‘사람 통일’을 준비하는 소중한 실천이기도 합니다. 유니시드는 비타민 섭취가 부족한 쪽방촌 어르신들을 위해 남북한 출신 주민들이 함께 과일 도시락을 전하는 <오손도손 도시락 나눔> 활동을 진행합니다. 한달에 한 번, 200-300개의 과일 도시락을 만들고 있어요. 어느덧 과일 도시락 나눔 활동은 11년째 이어지고 있고, 지금까지 봉사자만 1천여 명, 나눈 도시락은 무려 2만 개가 넘습니다.

도시락을 전한 뒤에는 북향민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북한 음식을 함께 나누며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 <휴먼북>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남북한 주민 모두 '같음과 다름'을 알아가며 서로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 유니시드의 활동은 봉사활동을 매개로 남북한 출신 사람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어요. 북향민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남한 주민들은 북향민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거죠. 과일 도시락 하나에 우리의 마음을 담아 전달하고,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가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나눔과 대화'가 통일로 가는 가장 평화로운 길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 연합뉴스
서울역 쪽방촌 어르신과 취약계층은 겨울이 가장 두렵습니다. 난방도, 영양도 부족한 환경 속에 저체온증과 질병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기 때문입니다. 유니시드는 이번 겨울, 200가구에 따뜻한 손길을 전하고자 합니다. 겨울용품, 과일 도시락, 그리고 정서적 교감을 위한 <휴먼북>까지 3가지를 결합한 종합 돌봄 서비스를 통해 이분들의 겨울을 함께 지킬 예정입니다.


유니시드의 궁극적 목표는 ‘사람 통일’입니다. 제도나 정책보다 먼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 마음을 여는 것. 그것이 진정한 통일의 시작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15년 후, 유니시드는 남과 북이 차별 없이 어울릴 수 있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단단한 공동체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서로의 ‘같음과 다름’을 이해하며,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희망이 될 것 입니다.
“언젠가는 이산가족도, 전쟁의 위협 없는 평화의 한반도에서 남북을 자유롭게 오가며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사는 날이 오길 바라요. 여러분의 소중한 기부는 겨울용품과 과일도시락 전달을 넘어, 북향민과 취약계층이 서로를 돌보고 함께 성장하는 사회를 만드는 씨앗이에요. 이번겨울 한반도의 평화의 씨앗, 사랑의 씨앗을 임팩트 기부로 함께 심어주세요.”
